
지은 (2009/Happy Robot)
7.3
01. 그대
02. 진공의 밤
03.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04.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05. 인생론
06. 당신을 향한 나의 작은 사랑은
07. 웨딩송
08. 푸름
09. 잊었지 뭐야
10. 익숙한 새벽 3시
11. 두려워
12. 차가운 여름밤
13. 작은 자유 (Bonus Track)
오지은의 2집을 어떻게 말하기 시작해야 할까? 무명이나 다름없던 그녀의 사전주문이라는 자립방식과 그 뒤 인디 씬의 융성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린 1집의 성공에 대해, 그리고 인디 씬의 대형레이블 해피 로봇과의 계약을 통해 보다 많은 매체로 확장되어가고 있는 그녀의 활동에 대해서라면 사실 이미 아는 이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1집을 통해 인디 씬의 대표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이 나온 것은 1집이 나온 지 2년만이다. 그간 그녀의 변화는 이미 약술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터. 2집 표지의 확연히 밝아진 이미지는 그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2집의 결과물로 들어가 보면 그렇게 단순한 몇 단어로 그녀를 규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금세 알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그녀가 이 앨범에서 전작과는 달리 여러 스타일을 빌어 자신의 음악을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며 또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3곡이 담긴 이 앨범에서 그녀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절절한 창법의 노래들만이 아니라 좀 더 가볍고 날렵하며 몽환적인 노래들을 함께 들려준다. 그녀의 보컬이 가진 솔직하고 신산하며 개성적인 울림이 살아있는 곡들은 조금씩 다른 빛깔을 가미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여전히 수록곡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예의 오지은다움을 배반하지 않지만 앨범 중반부의 몇몇 곡들은 화사하거나 발랄한 리듬감으로 그녀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한다. 그것이 앨범의 일관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 역시 오지은의 면모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앨범은 단순히 좋다거나 싫다는 호불호를 떠나 오지은의 반복과 확장이라는 면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것은 장르의 확장만이 아니다. 보컬이 중심이 되었던 소박한 사운드 역시 록과 팝, 포크만으로 손쉽게 규정할 수 없는 스타일들을 오가며 멜로디만이 아닌 사운드로 오지은의 음악을 확장한다. 그래서 <그대>,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같은 대부분의 곡에서 우리는 여전히 오지은 보컬의 명쾌한 인도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의 노래들은 밴드 편성을 기본으로 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에서는 이언이 직조한 미디 사운드를 대면하게 되고 <차가운 여름밤>에서는 전자양이 만든 서늘함을 마주하게 된다. 보컬의 중심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운드의 다양한 비중이 훨씬 강화된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생론>이나 <당신을 향한 나의 작은 사랑은>에서는 좀 더 살가운 보컬을 만날 수 있고 <진공의 밤> 같은 곡에서는 베이스 라인의 리듬감과 일렉트릭 기타의 징징대는 공간감속에서 흔들림을 더하는 오지은 보컬을 맛보게 된다. 사실 오지은 보컬의 개성과 매력은 투명한 즐거움이나 명료한 토로의 단순함에 있기보다는 사적인 고백을 털어놓는 순간의 흔들림과 주저함에 기반한 처연한 솔직함에 있다. 그것이 전작의 <화>로 대표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면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비록 <화>만큼 강력한 곡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동료 뮤지션들의 도움을 통해 그녀다운 보컬의 매력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좀 더 발랄해지거나 두터워지면서 그녀를 더욱 흐릿한 파장으로 물들여 오지은 그녀를 단적으로 규정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열 세곡의 수록곡에서 그녀는 앞의 곡들과 다른 사운드를 계속 만들어내며 과거의 자신을 지운다. 흡사 자신 안에 얼마나 많은 자신이 있는지를 보여주거나 자신이 얼마나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듯한 이러한 시도는 오지은 2집의 중심을 해체하며 일관된 방향의 아쉬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녀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엿보게 만든다. 후반부의 곡들이 대체로 유사하지만 그래도 오지은식 오감도 혹은 시치미떼기라고 불러도 좋을 이러한 다채로움은 앨범을 미로처럼 구성하며 자주 길을 잃게 만든다. 부유하며 내달리는 록 넘버 <진공의 밤>과 농담처럼 슬쩍 끼어든 팝 넘버 <당신을 향한 나의 작은 사랑은>, 그리고 처연함이 돋보이는 전통적인 가요 스타일의 <푸름>과 전형적인 오지은 스타일의 <그대> 사이의 차이와 간격은 무척 넓고 깊다. 이 다양한 시도가 모두 만족스러움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런저런 스타일을 오갈 때 그녀의 매력은 좋은 가사와 멜로디가 소박하게 결합된 <작은 자유>같은 곡에서 유독 또렷하게 빛나지만 그렇다고 <차가운 여름밤>에서 텅 비어 스산한 울림을 폄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보컬과 사운드만으로 구성되지 않는 그녀의 색깔은 여전히 개성적인 노랫말에 한 축을 기대고 있다. 앨범의 보도자료에 쓰여진 말처럼 작가주의라고 격찬하기는 어렵지만 사적인 고백이 도드라지는 그녀의 노랫말은 단순히 사적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령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 할 때에도 달콤한 낭만과 쓸쓸한 이별을 도식처럼 그리기보다는 그 순간 자신의 흔들림과 회의와 불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녀의 노랫말은 더 이상 순정에 목숨 걸지 않는 요즘 20대 여성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며 단단한 현실감과 개성을 획득한다.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을 통해 형상화되었듯 사랑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회의하고 사랑을 되물으며 연인보다는 자신을 더 지키고자 하는 여성 주체의 냉정하고 예민한 모습은 오지은의 사적인 노랫말을 통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안정되거나 확정적인 열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불안하고 불화하며 의심하는 그녀는 또한 어느 순간에는 소심한 자신을 격려하는 젊음이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절망한 자신을 처연하게 토로하는 성인의 호흡까지를 아우르며 순정에서 냉정까지 살아있는 복잡함으로 여타의 여성뮤지션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넘어오며 한국대중음악에서 가장 선명한 현상이 되고 있는 여성뮤지션들의 약진은 계피나 한희정, 네스티요(Nastyona)나 같은 여성 보컬의 다양함으로 먼저 인식되지만 오지은의 남다른 노랫말과 보컬, 사운드는 여성 뮤지션이 보컬의 차이만으로 구별되는 존재가 아니라 남성과 다르고 또한 각기 개별적이며 사적인 주체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진정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그것이다.
그리하여 이 앨범은 <진공의 밤>에서 표현되었듯 몸과 목과 내가 버텨내지 못한 여성 주체의 불안과 불화의 기록이며, 오지은의 음악적 반복과 확장의 기록이며, 현재 활동 중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명확한 차이를 증명하는 기록이 아닐까 싶다. 이 앨범에서는 무엇보다 욕망하는 여성 자아를 노출하는 과감함과 중심 없는 충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매우 흥미롭고 역동적이다. 물론 전작의 <화>나 <부끄러워>만큼 밀도 높은 싱글의 부재가 아쉽고, 앨범의 다양한 시도 역시 성공적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지만 두 번째 앨범에서 빠질 수 있는 관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나쁘지 않다. 이 모든 차이와 사이에 새겨진 그녀는 여전히 선명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닮지 않은 그녀는 다시 오지은이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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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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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ne7 2009/05/05 01:38 | M/D | Reply
요즘 열심히 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집 보단 귀에 확 들어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뭔가가 확실히 다른 여자 가수분들과 구분짓게 만드는 그것. 그것이 있다는걸 느끼겠는데 서정민갑님께서 잘 설명해주시네요. 마지막 보너스 트랙의 작은 자유는 티벳프리 그거인가요? 1집에서 울컥했던 감정을 이 트랙에서도 느껴보는군요.. 건청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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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fkthsl 2009/05/05 01:55 | M/D | Reply
좋은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요즘 계속 듣고있는데 가장 공감가는 리뷰네요! -
어느새 2009/05/05 15:42 | M/D | Reply
진짜 정말 오랜만에 공감가는 리뷰 읽었습니다
이번 오지은 음반에서 제가 느낀점을 고스란히 적어주셨네요
앞으로도 이런 리뷰 기대할게요 ㅎ -
글쎄 2009/05/07 00:45 | M/D | Reply
단편선씨가 쓴 리뷰같은거 보다가 노말한 리뷰 보다보면 저렇게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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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예술가 2009/05/07 07:18 | M/D | Reply
아, 오지은이 무려 '성인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거로군요.
그리고 이 페이지의 경우엔 본문보다는 댓글이 더 볼만하네요. 혹시나해서 글을 찬찬히 읽어봤는데 이렇게 아바이수령님 할만한 글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는 울버린님의 의견이 틀리길 바라는 1인이다만.....과연... -
DIDIC 2009/05/08 15:24 | M/D | Reply
여성 주체 얘기는 좀 뜨는 느낌이에요. 과도한 연결 혹은 해석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도 들구요
"가령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 할 때에도 달콤한 낭만과 쓸쓸한 이별을 도식처럼 그리기보다는 그 순간 자신의 흔들림과 회의와 불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녀의 노랫말은 더 이상 순정에 목숨 걸지 않는 요즘 20대 여성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며 단단한 현실감과 개성을 획득한다."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을 통해 형상화되었듯 사랑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회의하고 사랑을 되물으며 연인보다는 자신을 더 지키고자 하는 여성 주체의 냉정하고 예민한 모습"
"여성 뮤지션이 보컬의 차이만으로 구별되는 존재가 아니라 남성과 다르고 또한 각기 개별적이며 사적인 주체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이런 표현들 때문이랄까요. (속된 말로 손발이 좀 오그라 드는 듯한)
이러한 오지은의 특징(?)둘이 다른 남성 싱어송라이터들과, 그리고 여타 여성 싱어송라이터와 확연한 차이를 내는 점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mini 2009/05/08 18:47 | M/D | Reply
오지은은 이미'화'에서 이전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적으로 등장했다고 봅니다. 여성 주체라기보다는 단지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서의 일종의 주체가 행하는 내부로의 응시라 봅니다. 물론 오지은은 주체를 노래하지는 않았고 그것이 더 맘에 듧니다.
'화'를 들으면서 느끼는 처연한 청춘의 자화상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되는 인생에 대한 무한한 긍정, '진공의 밤'을 들으면서 '오오...질주하는 오리온 대박...' 하면서 키득거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오지은은 문턱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리스너로서 그것을 발견해 냈을 때의 희열. 그것과 같은 종류를 오지은 만큼 던져 주는 뮤지션이 현재 많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
닉디 2009/05/11 15:55 | M/D | Reply
↑ 니네들 이런얘기할려면 그냥 책을읽어라
음악을 왜듣냐? -
ㅇㅇ 2009/05/11 17:00 | M/D | Reply
하두 평론가들이 진정성이니 여성성이니 이 지롤을 해대니까 애들이 음악을 음악으로 안 듣는거다
오지은의 싱어송라이터의 진정성이니 여성성이니 해봤짜 그걸 표현하는 음악이 시이나링고짭에 불과한데 제목부터 인생론이 뭐냐 ㅎㅎㅎ 행복론2?ㅎㅎ 따라하려는 의지의 진정성인가?
영향받는걸 넘어서 너무 따라한다 따라하는것에서 여성성이니 진정성이니 찾고 있으니 코미디가 되는거지
동영배갤애들아 오리온은 니네갤에서나 써 여기서까지 오리온 대박 이러지말고ㅎㅎ -
닉디 2009/05/12 15:27 | M/D | Reply
가사고 뭐고 기본적으로 음악이 좀 떨어지는데 무슨 소설을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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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yme 2009/06/11 17:02 | M/D | Reply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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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슈슈 2009/10/22 23:19 | M/D | Reply
오지은 1집은 참 묘한 앨범이었죠.
딱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 참신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주가 화려했던 것도 아닌데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 중 하나였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가사의 진솔함'이 그 매력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겠지만
그게 또 이 앨범의 매력을 무조건 가사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그렇게 퀄리티(?)가 있는 노랫말이라고 하기도 힘들죠.
어쨌건 참 묘한 앨범이었어요.
음악성이 어떻고 대중성이 어떻고
이런 객관적인 체 하는 텍스트적인 평을 넘어서
따뜻하게 가슴 한 켠으로 들어오는 음악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2집이 더 걱정이 되고 기대가 되었던 것 같네요.
2집 발매하기 전 어디에선가 이번 2집 앨범은 1집의 언플러그드한 느낌과는
다르게 밴드 색채가 많이 들어갈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기대 반 걱정 반 이라는 감정이 더 들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앨범을 들어봤습니다.
흠.... 개인적으로는 1집을 극복했다는 느낌이랄까요.
진솔한 느낌, 가슴에 와닿는 느낌은 1집보다는 덜 하지만
1집의 바운더리 안에서만 상상해왔던 2집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음악들에 살짝쿵 놀랐고 '음악적 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완성도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좋았던 것 같습니다.
타 아티스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게 사실이긴 합니다.
.... 뭐 그래요.. 돌려 말할 게 뭐 있겠습니까. 시이나 링고지요.
진공의 밤 같은 경우는 노골적이고, 인생론..... 웨딩송 같은 것들.
어째 우리나라에서는 '락'을 표방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결과물들이
시이나 링고의 영향력 안에서 벗어나기란 참 쉽지 않은가 봅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애착이 가는 이유는
익숙한 새벽 3시 같은 감수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집과 같은 독특한 매력은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작은 자유'에서..) 그래도 역시 오지은이었습니다.
3집은 2집만큼의 기대는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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