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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e Merchant [Leave Your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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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e Merchant
Leave Your Sleep
(2010/Nonesuch)
8.1

DISC 1
01. Nursery Rhyme Of Innocence And Experience
02. Equestrienne
03. Calico Pie
04. Bleezer's Ice-Cream
05. It Makes A Change
06. The King Of China's Daughter
07. The Dancing Bear
08. The Man In The Wilderness
                                                         09. Maggie And Milly And Molly And May
                                                         10. If No One Ever Marries Me          
                                                         11. The Sleepy Giant
                                                         12. The Peppery Man          
                                                         11. The Blind Men And The Elephant

                                                         DISC 2          
                                                         01. Adventures Of Isabel
                                                         02. The Walloping Window Blind          
                                                         03. Topsyturvey-World
                                                         04. The Janitor's Boy          
                                                         05. Griselda
                                                         06. The Land Of Nod          
                                                         07. Vain And Careless
                                                         08. Crying, My Little One          
                                                         09. Sweet And A Lullaby
                                                         10. I Saw A Ship A-Sailing          
                                                         11. Autumn Lullaby
                                                         12. Spring And Fall: To A Young Child          
                                                         13. Indian Names


우선 발매 3개월이나 훌쩍 넘어버린 앨범에 대해 미안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건 적기를 놓쳐버린 리뷰에 대한 변명의 일환이다(그러고 보니, <보다>에 마지막으로 걸렸던 리뷰가 4월 22일이다. 역시 3개월이나 지났다. 필진의 일원으로 독자분들에게도 사과드린다).

이렇게 변명으로 시작해야 했다. 실은 앨범을 구입한 후, 리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어언 두 달 전이다. 한글파일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보름쯤 뒤다. 그러니까 이 리뷰가 출발한 것은 한 달하고도 보름 전의 이야기다. A4용지 절반쯤이 채워질 때쯤 리뷰를 전량 폐기한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첫 문장이 문제였다. 앨범을 거의 스무 번 가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찬가지였다. 기껏 산기슭까지 올려놓았던 돌들은 무심하게도 자꾸만 중력을 따라 하강했다. 문장은 자꾸만 멈칫거리며 갈피를 잃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아, 이건 설명(explain)을 위한 음악이 아니구나. 음악은 청자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만져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손에 잡기까진 약간의 간극이 필요했다.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가 본 앨범에서 완결된 총체로서의 작품(work)을 거부하듯, 리뷰어 역시 그 틈과 균열을 포장 없이 드러내야 함을. 그렇게 이 리뷰는 시작되어야 했음을 그녀의 음악은 말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의 <기다림 망각>이라는 책을 좋아한다. 프랑스 태생의 블랑쇼는 본디 철학자로 더 알려져 있으며, 소수의 문학 작품을 썼다. 이 책은 그 소수의 작품 중 하나다. 이 책의 느낌이 딱 이 앨범을 들은 느낌과 유사하다. 책을 펴기 전,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이 대표적이다. 시작과 끝이 있고, 갈등과 해결이 있어야 한다. 만일 그런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짜증을 낸다. 이게 뭐야? 뭐 이리 밋밋해,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 역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일관된 스토리를 진행시키기보단 자꾸만 멈칫거리며, 발밑에서 지뢰를 터뜨리는 작품들도 있다. 내러티브는 망가진다. 이야기는 미궁에 빠진다. 발을 들여놓을수록 단락들은 끊임없는 지류들을 향해 노를 저어가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뱃사공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그의 얼굴이 명계(冥界)의 뱃사공 카론(Charon) 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스스로 괴물로 변하는 책들이 있다. 균열과 틈을 품은 책.

그리고 그런 음악도 있다. 나탈리 머천트의 [Leave Your Sleep]이 그런 앨범이다. CD 2장. 26곡이라는 구성. 이건 누가 보더라도 고전주의 시대 작품주의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싱글에 대한 앨범의 우위. 장편이 죽은 시대에 장편을 살려내려는 드센 고집. 작가주의 정신을 복권하려는 힘찬 날갯짓. 뭐 이런 식의 클리셰를 동봉하고 말이다. 그러나 반복해서 청취한 결과, 나는 이런 생각이 말 그대로 포장을 위한 포장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정밀하게 다시 들어보면 앨범은 스토리가 없는, 내러티브가 탈구된 언표들을 정성스럽지 않게 쓸어 담고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정답이 없는 퍼즐 맞추기. 포크와 월드 뮤직, 록과 재즈는 단발적으로 만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별을 고하고 사라진다. 그 만남과 헤어짐의 단락은 아주 우연적이고, 또 파편적이다. 전작 [Motherland], [The House Carpenter's Daughter]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방금 전까지 손 안에 놓였던 감수성은 다음 트랙을 통해 배반당하며, 또 다른 곁가지를 통해 조심스레 잔흔을 남긴다. 이쯤 되면 가사를 음미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들의 자취에서, 그 사이에서, 그 공백에서 단말마의 숨소리와 미소 띤 흐느낌을 읽어내는 게 중요해진다. 보다 적극적인 청취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건 불러진 시(poetry)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비단 현대 영미시인들의 시로부터 얼개를 갖췄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건 부차적이다. 음들과 그것의 공백을 읽어내는 순간, 우리는 이번 앨범의 기획에 좀 더 근접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피네간의 경야>를 접한 누군가는 줄거리를 요약하려는 헛된 시도를 진작에 접고, 언표들이 충돌하고 마찰하며 일으키는 먼지와 오로라의 여정에 직접 참여했다. 실크로드의 대상(隊商)으로 분한 것이다. 그 때 그는 오히려 책을 더 잘 읽어낼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내가 본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 그의 말을 떠올렸다면, 이런 후회는 접어두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식은 항상 사후적(retrospective)으로 온다. 오델로(Othello)는 데스데모나(Desdemona)가 결백함을 너무 늦게 알게 된다. 첫사랑의 현기증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대처방법이 생각난다. 그렇게 나 역시 몇 번의 실패를 겪고서야 리뷰에 마지막 구두점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나의 머뭇거림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리뷰에서 일부러 나는 곡 소개를 하지 않았다. 그런 설명은 앨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해석의 일정한 노선을 제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탈리 머천트 역시 그것을 바라지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이경준/보다)



2010/07/22 00:00 2010/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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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다 2010/07/22 16:15  |  M/D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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